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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

다산 정약용과 강진 귀양 시절 제자 황상

by 노랑티코 2006. 5. 29.
다산 정약용과 강진 귀양 시절 제자 황상

"공부를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"


"하지만 선생님! 저는 머리도 나쁘고, 앞뒤가 꼭 막혔고,

분별력도 모자라 답답합니다.

저도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?"


"그럼 할 수 있고말고.

항상 문제는 제가 민첩하다고 생각하고,

총명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생긴단다.

한 번만 보면 척척 외우는 아이들은 그 뜻을 깊이 음미할 줄 모르니 금세 잊고 말지.


제목만 주면 글을 지어내는 사람들은 똑똑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,

저도 모르게 경박하고 들뜨게 되는 것이 문제다.


한 마디만 던져주면 금세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들은

곱씹지 않으므로 깊이가 없지.


너처럼 둔한 아이가 꾸준히 노력한다면 얼마나 대단하겠니?

둔한 끝으로 구멍을 뚫기는 힘들어도 일단 뚫고 나면

웬만해서는 막히지 않는 큰 구명이 뚫릴 게다.

꼭 막혔다가 뻥 뚫리면 거칠 것이 없겠지.

미욱한 것을 닦고 또 닦으면 마침내 그 광채가 눈부시게 될 것이야.

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되겠니?


첫째도 부지런함이요

둘째도 부지런함이며

셋째도 부지런함이 있을 뿐이다.

너는 평생 '부지런함'이란 글자를 결코 잊지 말도록 해라.


어떻게 하면 부지런할 수 있을까?

네 마음을 다잡아서 딴 데로 달아나지 않도록 꼭 붙들어 매야지.

그렇게 할 수 있겠니?"


황상은 스승의 이 가르침을 평생을 두고 잊지 않았다.

- '미쳐야미친다' 中에서-


"공부하는 자들이 갖고 있는 세 가지 병통을 너는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.

첫째 기억력이 뛰어난 병통은 공부를 소홀히 하는 폐단을 낳고,

둘째 글 짓는 재주가 좋은 병통은 허황한 데 흐르는 폐단을 낳으며,

셋째 이해력이 빠른 병통은 거친 데 흐르는 폐단을 낳는다.

둔하지만 공부에 파고드는 자는 식견이 넓어지고,

막혔지만 잘 뚫는 자는 흐름이 거세지며,

미욱하지만 잘 닦는 자는 빛이 난다.

파고드는 방법은 무엇이냐.

근면함이다.

뚫는 방법은 무엇이냐.

근면함이다.

닦는 방법은 무엇이냐.

근면함이다.

그렇다면 근면함을 어떻게 지속하느냐.

마음가짐을 확고히 갖는 데 있다.”


"기억력·이해력 좋지 않고 글재주 없다하여 실망말라

공부를 빛나게 하는 건 근면이다"


강진 유배시절 다산은 수십 명의 제자를 가르쳤고,

그 중에는 이강회, 이청, 윤창모 등등 뛰어난 제자가 있었다.

다산은 각자의 재능에 적합하게 가르쳐 성과를 보아,

최근 그들의 저작이 속속 발견되어 주목을 받았다.

또 다산 자신도 수많은 저술을 남기는 데 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.

발굴된 자료에 제자들과 주고받은 시문이 많은 것도 당연하다.

많은 제자 가운데 다산과 가장 인간적인 관계를 맺었던 사람은

황상이었다.

그는 막 강진에 유배 온 중죄인 다산의 첫 제자였고,

제자 가운데 최고의 시인으로 이름이 있었다.

추사도 그 점을 인정하였다.


자신감이 없는 학생을 공부로 이끌어주는

다산의 가르침은 감동적이다.

다산의 격려는 지금 들어도

공부하는 자의 용기를 북돋워 주는,

따뜻하면서도 준엄한 스승의 마음이 느껴진다.

황상은 이 말을 마음에 새기고 뼈에 새기며

한평생 학문의 길을 걸었다.

<안대회 ·명지대 국어 국문학과 교수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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